소란
알람을 맞추고 잠들고 알람이 울리면 깨어나는 도시 아침은 분주하고 소란해.
매일 소음을 백색소음 삼아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고 끝이 나.
이어폰, 고독
서울 길위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고 있어.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보며
누구도 굳이 말을 걸지 않으려 해.
마음의 공백
도시는 점점 빼곡해져. 창을 열면 다른 창이 보여 창을 열지 않아. 여백이 아니라 그 틈 사이로 공백만 있을 뿐이야.
창을 열면 건너편 에어컨 실외기 공기가 쏟아질 듯해. 굳게 더 굳게 닫아.
열정, 허기
피곤함은 커피 뒤로 숨겨야 해. 항상 에너지 넘쳐야 하거든. 열정은 분 단위 일정으로 쪼개져야 해.
그렇게 날은 저물고 배달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어두워지지 않는, 잠이 오지 않는 밤엔 다시 허기가 찾아와
긴장의 연속
젊음은 열정이고 나이 듦은 활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해.
하루의 긴장감은 풀리지 못한 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일의 긴장감으로 이어져.
무한반복이야.
이유, 편리, 평안
삭막하고 공허하다 하지만 서울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 같은 도시야.
우리가 가진 것들은 매일매일 더 편리해지고 있어. 이미 내가 가진 것은 오늘 불편한 것이 돼버려.
조금 더 편리한 삶을 누리기 위해 정말 바지런히 하루하루 돈을 벌지
그렇게 일 한 나를 위해 오늘도 보상해야 해. 편리함과 평안함은 같을까?
그냥, 자유
골목골목은 높은 회색 건물들
도시를 산책하다 보면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갈증이 있어. 이 도시를 벗어나 보자!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는 건 누구나 두렵고 어색한 일일거야.
그냥이라는 말, 참 무책임한 단어라 생각했어.
이유도 없고 근거도 없이 그게 말이 되냐고
지금 난 그냥 떠나 보는 중이야.
시간에 틈을 조금씩 늘려가며
그렇게 낯선 지역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풍경들과 만나고 있어.
나의 이름을 찾기 위해
가끔씩 너에게 편지 쓸게- 괜찮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