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살이
군산에서 일년살이라니 생각지도 못했어.
그렇게 벌써 6개월이 되간다.
불쑥 인연
"이번 대기자이신데 보러 오시겠어요?"
우연하게 군산의 공간과 인연이 되어 이곳에 머물게 된것도,
KTX를 타고 공간을 보러 내려 온 것도, 내려와서 그날 계약을 하게 된 것도
군산, 지역이 주는 느낌이었어.
아픈 시대적 기억, 그렇게 남겨진 공간의 흔적들,
지금답게 여전히 흐르고있는 시간까지-
지역이 궁금했어.
질문들
연고지도 없이, 아는 사람도 없이
왜? 라고들 친구들은 묻고
난 왜? 라고 나 자신에게 묻곤 해.
기억, 공간, 흔적, 사람
이곳에 머물며 문득 외로운 마음이 들때,
간혹 어느 날 이유 없이 사람이 고플때
토요일, 일요일을 택해서
군산 해망로 근대 거리를
천천히 구석구석 걷곤 해.
작은 근대 건물은 젊은 청년들의 소품 상점이 되고
일본인들이 거주했다는 일본식 가옥 앞에선
여행객들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가이드들의 목소리가 들려
해망로에 유난히 많은 작은 책방들을
지도에 찍고 맘에 드는 책 한권 들고
그 곳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의 괜찮은 카페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하고
작은 책방에서 산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가
그러다 한 시간마다 배정된,
마을 구석구석을 다 지나쳐 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군산 집으로 돌아오곤 해
외로움과 분주함 사이에서 나를 찾아가는 중이야.
불편함과 편안함
15분 정도 빠른걸음으로 논길을 따라 걷고
15분 정도 더 걸어야 6시에 문을 닫는 마트
15분 정도면 도착할 배달음식은 없어.
뭐든 살 수 있다는 다이소도 없어.
마을에서 외식하려면
3시전까지 백반집으로 가야해.
그 이후엔 문을 닫아.
불편한데 편안해
불편함과 편리함 사이에서 나를 찾아가는 중이야.
소소한 틈,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행복
가끔씩 소소함이 주는 즐거움 이상이 있어.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웃음 짓게 하는 그런 거
그 소소함은 다른 경험을 주고 있어.
우리가 가끔 잊고 있었던 것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는 것.
이 곳에선 잠시나마 살아 있는 것들을
바라볼 시간과 틈이 주어진 걸 거야.
군산살이 서해마을의 매일 다른 노을
군산살이 서해마을의 매일 다른 노을
군산살이 서해마을의 매일 다른 노을
1평남찟 만든 텃밭에 새초롬한 가지 한개
산책하다 만난 딸기, 내일은 익으리
하늘, 땅, 바람 그 사이
어느 집 담장, 잘 익어가는 포도
새끼들에게 젖먹이는 길냥이마저 느긋해
한낮 여름, 나만 있는 버스
일광욕하는 개구리 한마리
논길에서 만난 이름모를 들꽃들
가을이 오는 서해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