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포항 작은마을, 동도초등학교
익산역에서 내려 부안으로 가는길이야.
아직 약속시간이 있어서 그냥 문포항 마을길로 들어섰어.
가는 길에 보이는 초등학교, 교문은 열려있어.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 볼 수 없던 학교-
부안의 첫만남이야.
바람, 공기, 냄새
냄새가 다를까? 공기가 다를까?
이 녀석은 한참 동안 바람을 만끽하고 있어.
생각해 보니까 말이야.
서울에선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기를 맡아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아.
계화면 살이
부안도시재생과 함께 일하게 된 부안읍에서 10분거리-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은 계화면이라는 곳이야.
한 달동안 마을살이 할 곳,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있어.
도로에 차도, 경운기도, 배도 주차돼 있어.
하지만 복잡하지 않아.
사물의 여백이 주는 공간엔 어김없이 초록빛 자연이야.
이 곳에선 어김없이 하늘이 보여
산책길
계화면에서 계화로 705도로를 가다 보면
다리 건너자마자 마을 입구의 왼쪽 길이 보여.
그냥 차를 세웠어.
부안 한 달 살이 동안 이 길은 우리의 산책길이 된다.
같은 공간인데 말이야-
이곳 풍경은 그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이 곳의 공간은 도시처럼 회색빛의 무생물이 아니야
살아 움직인다. 매일매일
인기척
마을에 온 지 며칠, 온 마을이 우리를 알아.
서울에서 귀촌한 이모님은 서울 사람 반갑다고 반찬을 한 아름 싸주셔.
한여름 밭일하시는 어머님께 달달 아이스 믹스커피 드리니
밭일하고 오시며 채소 보따리를 주신다.
소소한 행복을 품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중이야.
행복이 별건가-
도시는 사람들로 분주해.
하지만 서로에게 투명 인간이야.
이곳엔 사람들이 드물어.
그래서 서로의 인기척이 더 잘들려
기원, 당산나무
마을마다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어.
어느 마을엔 입구에, 어느 마을엔 마을 가장 꼭대기에
마을의 수많은 시간을 담은 당산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편안해져.
이 녀석도 그런듯해.
향교마을, 청우실고터
부안읍 서외리 향교마을을 오르다 보면
청우실고터와 만난다.
이곳은 옛 청우실고 학교였다지.
평생교육 시설이 계획 중이라 해.
남아 있는 학교 건물은 굵은 나무를 안고 있어.
이곳에서 오르는 순간, 난 반해버렸어.
오르던 땀은 여름 바람에 씻기고
파란 하늘에 넋을 놓고 앉아 있어.
한여름인데 이곳엔 바람이 분다.
예전의 시간을 품고
지금의 또 다른 공간으로 재생되고 있어.
허물지 않고도 버리지 않고도
다시 새로움이 되도록 만들고 있는 사람들-
운동장, 고목 아래 서면 향교마을이 보여.
그리고 그 멀리 부안읍도 보여.
학생을 가르쳤던 학교에서
다시 평생학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보게 돼.
빈 공간들, 틈 그리고 숨
누군가의 아늑한 집이었을 거야.
지금은 비어있지만,
그 집의 빈틈은 다시 숨쉬게 될거야.
마음의 평안, 사찰
지리산아래 내소사, 개암사 사찰이 있어.
사찰에 들어서면 잡념이 없어져.
새, 풍경, 바람 그 안의 하나의 존재일뿐-
바다, 산
조금씩 지역을 돌아보면서 부안에 스며들고 있어.
30분 이내이면 산에서 바다로, 시내에서 다시 시골로
길이 막히지 않아.
도심의 오전은 점심을 기점으로 오후로 되잖아.
이곳에서는 시계를 보지 않아도 돼.
하루의 시간을 오롯이 느끼게 돼.
한달살이, 그리고 인연
어느 지역에서 한 달을 살아도
단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내가 아는 사람과의 인연일 뿐
그곳을 알기엔 너무 부족해.
하지만 경험 하지 않고는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잖아.
이곳에서 만난 인연과 이곳에서의 풍경은
나와 또 어떤 인연의 길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
어설픈 나의 부안 한달살이
첫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안녕!